종이 사이사이 기록을 채워 노트 한 권이 완성되듯, 소소문구의 생일마다에는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11번째 소소문구 생일을 맞이해 네 명의 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장 한 장 채워진 기록을 함께 보고, 그들의 쓰는 생활을 들어봤습니다.
❶ 13년 차 건설회사 엔지니어 아코더 @archoder
쓰는 사람, 아코더입니다. 문구와 다이어리 쓰는 것을 좋아해서 블로그 ‘월간 어른의 다꾸’를 3년간 운영하고 있어요. ‘다꾸’하면 떠오르는 귀염 뽀짝한 기록은 아니고, ‘어른이 된 내가 쓰는 다이어리’같은 블로그에요. 누군가를 돕는 기록을 좋아해서 시작했어요. 노트, 필기구 사용 후기와 저만의 기록 법을 나누고, 소통하며 함께 쓰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요. 매달 업로드하다 보니 어느덧 게시물이 40개를 향해 가네요.
어머니께서 달력이나, 주보 혹은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자주 쓰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연말에 다음 해 계획을 다 같이 둘러앉아 쓴 기억도 있습니다. 어머니 영향도 분명히 있었겠지요. 어른이 된 제가 본격적으로 #쓰는생활 을 한지도 마침 13년 차네요.
여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 펜슬캡을 써보고 좋아서 지인께 선물했던 기억이 나네요. 30년 가까이 교회 성가대에서 지휘를 맡아주셨던 분인데요. 음표가 각인된 이 펜슬캡을 선물 드렸어요. 어떻게 이렇게 꼭 맞는 선물을 골랐냐며 좋아해 주셨죠. 최근엔 디깅노트를 공부용으로 쓰고 있어요. 13년 차 엔지니어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더라고요.
저의 업무를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화학 공장 설비들의 설계 데이터를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펌프나 저장 탱크, 공장에서 가장 우뚝 서 있는 스택 등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계산하는 일이에요. 설계하며 생기는 고민을 글과 스케치를 베리띵 노트에 써요. 시니어 엔지니어지만, 가끔 판단이 바로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 연차가 쌓이다 보니 혼자 힘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지요. 그럴 때, 베리띵 노트는 ‘시니어의 고민을 들어주고, 판단을 도와주는 노트’예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이 생길 때, 방향성과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어 손이 자주 갑니다.
Q.‘시니어의 고민을 들어주는 노트’ 라니, 중요한 역할이네요. 다른 모눈 노트들과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먼저, 끈과 안쪽 주머니 같은 디테일이 보관하기에 좋아해요. 두 번째로 일반 모눈 노트 간격(5mm)과 달리 더 촘촘해요(3mm). 수영에 비유해 볼게요. 무지 노트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허우적거리는 거고, 베리띵 노트엔 잡을 데가 있다고 알려준달까요. 선을 과감히 그어도, 촘촘한 모눈덕에 선이 똑바로 잘 그어져 지면 위를 헤엄치죠.
Q. 회사에서 주로 쓰는 생활을 하신다고 했는데, 업무 시간 외에도 쓰는 생활을 하시나요?
네. 설교 노트, 스크랩, 일상 기록이요. 몇 년 전에 기술사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많은 양의 공부를 할 때는 매일 쓰는 생활을 하기도 했죠. 서술 위주 시험이었거든요. 특히, 성경 구절이나 읽은 책을 필사하고 있어요. 66권으로 이루어진 성경 중 하나를 택해 통 필사하기도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와닿는 문장에 먼저 인덱스 스티커로 표시했다가 다 읽은 후 다시 책을 넘기며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제 필사 노트에 옮겨 적고 있어요. 직접 써 보며 문장을 더 곱씹게 되니 기억에 오래 남고, 또 시간이 흘러 다시 봤을 때 내가 좋아했던 엑기스 문장들만 제 손글씨로 추려져 있어 감동이 배가 됩니다.
Q. 다양한 쓰는 생활을 하시는 만큼 쓰는 노트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무인양품 노트에 3년 일기를 쓰고 있어요. 한 페이지에 총 18줄이 그어져 있고, 하루에 6줄씩 씁니다. 23년 작년 한 해 분량을 다 썼어요. 이제 7번째 줄부터 써요. 작년 오늘 날짜의 기록을 보며 시간 여행을 하는 즐거움이 있고 한 해 한 해 쌓여가는 기록의 누적을 보면 흐뭇합니다.
Q. 꾸준한 쓰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아코더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날짜’를 쓰는 것이요. 쓰기의 물꼬를 터준답니다. 날짜 쓰는 일이 제겐 사소하지만 중요한 루틴이라서, 날짜형 보다는 만년형 다이어리를 선호해요. 쓰는 ‘공간’도 중요한 것 같아요. 사이토 다카시 『메모의 재발견』이라는 책에 ‘퇴근 후의 30분은 카페에서 보낸다’는 말이 나와요. 공간이 비로소 갖춰질 때 잘 쓰게 되는 거죠. 집에 제가 쓰는 생활을 하는 공간을 ‘집현전’이라 불러요. 안방 침대 옆 작은 책상 공간이에요.
Q. 아코더님이 생각하는 쓰는 생활이 갖는 일상에서의 의미, 가치는 무엇일까요?
능동적으로 살도록 도와줘요. 자연스레 바른 삶이 유지되죠. 바른 삶은 자존감으로도 연결됩니다. 눈에 보이는 기록들이 있으니 더더욱이요.
Q. 오늘의 아코더님을 어떤 쓰는 사람이라 부르고 싶으세요?
‘꿈 많은 쓰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어요. 회사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동료가 있어요. 제 일기장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요. 친구가 채워진 일기장을 보더니, ‘너는 꿈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라고 말해준 기억 때문이랍니다. 쓰다 보면 꿈이 많아지고 쓰면서 그 꿈들을 정리하고 결국 그것들을 이뤄가는 것 같아요. 친구에게 그 말을 듣고 나니 쓰는 생활이 제게 더욱 귀하게 다가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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